마음fore.

2026년 6월 22일 월요일

민약사의 마음 건강 이야기

있는 그대로의 나를 안아줄 때 시작되는 변화

민약사·2026.06.19·조회 0

자신을 향한 자책은 때로 과거의 상처가 남긴 생존의 흔적일지도 모릅니다. 스스로를 다그치기보다 따뜻하게 보듬어 줄 때 비로소 마음의 회복이 시작됩니다.

어느 날 아이가 레고를 쌓다 무너지는 모습에 좌절하는 것을 보며, 저는 문득 제 안의 오래된 감정을 마주했습니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꾸준히 해내지 못하고 마음의 중심을 잡기 어려워하던 저의 모습 말이죠. 저는 오랫동안 스스로를 '게으른 사람'이라 부르며 깊은 자책 속에 살아왔습니다.

어린 시절, 저희 집은 늘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불확실함 속에서, 제 몸은 늘 무언가에 대비하듯 팽팽하게 긴장해 있었습니다. 평범한 일상의 행복도 분명 존재했기에, 저는 제 아픔이 '진짜 트라우마'인지 확신하지 못한 채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성인이 된 후에도 저는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선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했지만, 정작 빨래를 개거나 이메일을 확인하는 평온한 일상 앞에선 쉽게 지치고 무기력해지곤 했습니다. 그런 제 모습이 부끄러워 아이를 키우며 힘든 순간마다 "도대체 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라는 질문 속에 스스로를 가두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뇌과학과 신경계 조절을 공부하며, 저는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제가 겪은 어려움은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라, 어린 시절의 환경 속에서 제 신경계가 '생존'을 위해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식을 배운 결과였다는 것을요. 불안정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의 뇌는 안전함보다 생존을 우선하도록 설계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흔히 이런 반응들을 '게으름'이나 '성격적 결함'으로 치부하며 스스로를 몰아세우곤 합니다. 하지만 이는 과거의 환경이 남긴 생존의 흔적일 뿐입니다. 성인이 되어 삶이 안정되었음에도, 우리 몸은 여전히 과거의 긴장을 기억하며 무의식적으로 반응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저는 스스로를 다그치는 대신, 제 안의 반응을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내 신경계는 과거에 무엇을 배웠기에 지금도 나를 보호하려 애쓰는 걸까?"라고 묻는 것이죠. 이 작은 변화가 저의 일상과 육아의 방식을 이전보다 훨씬 부드럽게 바꾸어 놓았습니다.

우리는 완벽하게 치유된 사람이 되어야만 행복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아픔을 '고쳐야 할 결함'이 아니라 '이해해야 할 역사'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마음의 여유가 생겨납니다. 오늘 하루, 마음이 조금 버겁게 느껴지더라도 스스로를 너무 몰아세우지 마세요.

당신은 그저 그 시절,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입니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따뜻하게 안아주세요. 그 수용의 마음이 당신을 더 나은 내일로 이끄는 가장 다정한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 당신은 이미 충분히 애쓰며 잘 살아오셨습니다.

이 글은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전문 의료 상담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증상에 대한 궁금증이 있으시면 반드시 담당 의사 또는 약사와 상담하세요.